그대 왜 거기 누웠는가
그대 왜 거기 누웠는가 / 유재문
그대 왜 거기 누워 있는가
그대 누가 거기 눕게 했는가
그대 무엇이 거기 눕게 했는가
그대 언제부터 거기 누웠는가
긴 여정에 지쳐 쓰러졌는가
그 질기디 질긴 인연의 끈을 아직도 못 놓았는가
덤으로 얻은 그 작은 보따리가 그렇게도 무거운가
긴 여정만큼 썩어버린 나무 침대가 그렇게 편하던가
세상이 보기 싫어 손으로 얼굴을 가렸는가
그 질긴 인연들이 그대 다리를 못펴게 하던가
덤으로 얻은 보따리들을 머리맡에 묻어두고 싶던가
대지가 힘들어 떨어지는 낙엽을 보듬듯이
그대도 썩어 악취나는 세상을 모두 안고 가려는가
그대여! 이제는 모두 놓게나
그 질기디 질긴 인연의 끈을 모두 놓게나
세상이 그대를 다 버렸듯이
그 질기디 질긴 인연의 끈들을 모두 놓고
훨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