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작품(시)

붉게 물든 단풍 같은 사이

58멍멍이 2006. 11. 3. 15:03

 

붉게 물든 단풍 같은 사이  /  유재문

녹색의 바탕위에 세월을 덧칠하여
노랗고 붉은 잎새들이 춤을 추는 청량산

고려말 신돈과 반야가 단풍을 담았던 반야굴
신라 김생이 자연에 서체를 실었던 김생굴
천년이 흘러도 이들을 묵묵히 품에 않은 청량사

지난 사연은 철따라 옷을 갈아 입는 잎새처럼
숫한 사람들의 발 아래 밟히어
나무 뿌리마져 앙상하고 매끄럽게
가는 길손을 바라본다

저마다 사연을 담은 나무 사이를
오늘도 어느 현자가 거닐며 말을 건넨다.
"앞에 가는 저 여자와 내가 어떤 사이로 보입니까?"
휘둥그런 눈과 어이없는 어정쩡한 미소로 답을 준다.

"우거진 나무 숲에 떨어진 낙엽을 이불 삼았나니,
한 줄기 햇살이 부끄러워 붉게 물든 단풍 같은 사이요."

불혹 정도 여자가 동그란 눈에 입을 헤 벌리고 돌아섰고
뒤 따르던 이순 정도 현자는 거친 숨을 멈췄다.

한 경치를 휘돌아 본다.
"허허..허허허...그렇군요. 정말 그렇습니다.허허허허..."

자연과 사람은 한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이 한 눈 가득 담기면
나는
겸허히 산을 내려온다.
오늘에 내일을 담아...


※ 2006.11.2일 가을 체육행사차 직원들과 청량산을 등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