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작품(시)

병원으로 도망간 아내

58멍멍이 2014. 9. 22. 20:59

 

병원으로 도망간 아내 / 유재문

 

전쟁의 폐허 속 

배고픈 부모에게서 태어나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세대,
또한 둘만 둔 자식에게 올인한 마지막세대이며
본인은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부모처럼 없이 살지는 않겠노라며 직장에 충성을 다하여
조국과 기업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은 

충성을 아는 마지막 세대에서,
밤새워 남편과 자식을 기다리는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아내가 그 마지막 세대를 짊어지고 주저 앉았다.


그 베이비부머 세대가
세상에 버림받고
가진 자에게 버림받고
끝내는 자식에게도 버림받은 캥거루 어미 신세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가 도망갔다. 
그런 세상과 맞서 싸우다 지쳐서 

이름도 생소한 원인 모를 척수염으로 걷지도 못하고
병원으로 도망쳤다...
벌써 2년째 돌아오지 않는다. 
새집을 지어 놓으면
돌아 올려나 하고 마련중인데,
아내가 운다.

 
모든 것에 버림 받다가

자기가 자기를 공격하는 병에 걸려서 병원으로 도망쳤는데...
그 병원에서도 버림받고
지옥 불구덩이가 더 좋을 진행중인 극심한 통증과 싸우며

벌써 6번째 이리저리 전국 재활병원을 걸식하고 있다.


눈물도 마르고 울 힘도 없는 아내가 

내 얼굴을 만지며 젖은 눈으로 말한다. 
모든 것이 나를 버렸는데
그래도 끝까지 당신은 남았구려. 
날 좀 데려가 줘요. 
집에 가고 싶어요. 
이제 더 이상 살기 싫어요. 
여보...


 

[ 불과 2년전 아직도 꿈 많은 소녀였는데....] 

 

 

[ 지금은 고통이 너무 심해서 살기 싫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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